[런어웨이 브라이드; 1999년 작품]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신부. 자극적입니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귀동냥으로 주워 들은 정보입니다. 술 안줏거리로 적당한 가십입니다. 그런데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다른 가치를 지닙니다. 이색적인 소재.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은밀한 유혹입니다. 인터넷에 올려도 큰 관심을 받을만한 사연입니다. [참고로 결혼식 가운데 도망가는 신분의 모습이 나오는 영화는 <어느날 밤에 생긴 일>(1934년), <졸업>(1967년), <필링 미네소타>(1996년) 등입니다.]


벼락치기 칼럼니스트인 아이크 그래함(리차드 기어)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다음날 치 신문에 싣습니다. 마감 한 시간 전에 작성한 칼럼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찼습니다. 악의적인 문구를 써가며 결혼식 때 도망가는 신부를 비판했습니다.


칼럼을 읽은 사연의 주인공 매기(줄리아 로버츠)는 신문사에 항의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칼럼이 사실과 다르다며 신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밝힙니다. 신문사 편집장은 아이크를 해고합니다. 다음 날치 신문에 “아이크의 칼럼이 중단되었다”라는 사고(社告)를 냅니다. 하지만, 편집장의 남편이자 친구인 피셔는 아이크에게 제안을 합니다. “매기에 대한 사실확인을 하면 그때는 특종”이라며 확인 취재를 제안합니다.


해고에 대한 앙갚음, 특종에 대한 욕심 등으로 아이크는 결혼식 때 도망가는 신부를 취재하러 메릴랜드로 떠납니다. 아이크가 메릴랜드에 도착했을 때 매기는 네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크는 매기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취재합니다. 매기에 대해 알아갈수록 매기에 대한 사랑으로 바뀝니다. 아이크의 혐녀증을 푸는 방법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아리송합니다. 매기가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이유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언론의 속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신문사 칼럼니스트라 낯설기만 합니다. 칼럼니스트들이 고정적으로 지면에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칼럼니스트의 모습이 나오는 영화는 또 있습니다. <아이러브 트러블> 닉 놀테도 극중 칼럼니스였습니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기명 칼럼이면 더 합니다.


과거 <한겨레>에 기명칼럼을 연재했던 언론인 고 정운영씨는 그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신문과 잡지에 읊조리는 제 광대의 사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더러 있습니다만, 그 기대에 응하다 보니 이마에 주름이 늘고 머리칼이 온통 허옇게 세고 말았습니다. 칼럼이 잡힌 주일에는 월요일부터 변비 증세가 나타납니다. 원고지에 열댓매의 분량의 글에 사나흘을 완전히 바쳐야 한다면 누가 믿겠습니다까만, 그것은 한 점 과장 없는 사실입니다.” 정운영, [레테를 위한 비망록], (한겨레신문사, 1997), 28쪽


이 영화를 소개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명예훼손입니다. 사실확인이 없다면, 기사나 칼럼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올린 글도 다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언론인이라면 명심해야 할 기본원칙을 이야기해 줍니다. 뜬금없이 명예훼손을 꺼낸 이유는 23일 트위터에서 있었던 소동 때문입니다. 평소 사적인 감정이 있던 두 사람. 한 사람이 어느 날 트위터를 통해 허위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올립니다. 팔로워를 상대로 리트윗을 유도합니다.


(왼쪽) 지난 8월초 면목동 성폭행범 실제 용의자(검거됨), (오른쪽) 멀쩡한 사람을 성폭행범 용의자로 지목해 유포

순간 다른 한 사람은 트위터에서는 성폭행범, 정신이상자가 됩니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보의 유통이 빠른 트위터를 만나 짧은 시간에 없는 일이 있는 일로 바뀐 것입니다.


순간 성폭행범 용의자가 된 한 사람은 뒤늦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되는 트위터. 국외거주자라면 명예훼손 처벌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련 글 - 내 사진이 트위터에서 성폭행범 용의자가 된다면] 


종종 블로거들도 명예훼손 송사에 얽히기도 합니다. 사실확인 여부와 비방 문제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다 하더라도 블로거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언론사라는 방어막도 없고,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려면, 진실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비평을 할 때라도 위의 기준에 입각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책임 있는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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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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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확인이 된 일이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만한 일은 삼가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블로거들은 보도의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깐요. ^^

    2010.09.24 06: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실이라도 위에 언급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이 되죠. 글쓰기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시사쪽, 그리고 연예쪽 등 사람을 중심으로 놓고 쓰는 분야들은 그래서 줄타기 심정일 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2010.09.24 08:47 신고 [ ADDR : EDIT/ DEL ]
  2. 언론은 당연히 사실확인을 최우선으로 삼아야됩니다.
    블로거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또한
    책임있는 글쓰기를 해야 할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 시사성 글을 쓸때는, 언론에 이미 보도된 사실들을 인용하게 되는는데,
    언론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용한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 도 있다는 것이죠.
    같은 사건인데,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른 보도를 했거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언론사의 기사 인용형태로 인용문구를 집어 넣어
    책임에서 한발짝 물러서는데, 그런경우도 사실이 아닐경우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이래저래 블로거들도 글쓰기가 쉽지는 않네요~

    2010.09.24 07: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언론보도를 인용할 때도 위험성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허위사실을 적시한 자가 언론이라면 이를 인용한 사람은 유포하는 것이 되어서..
      그래서 크로스체크가 필요한 부분이고. 워낙 언론이 못 믿을 정보를 쏟아내는 통에.. 그래서 글쓰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2010.09.24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3. 비밀댓글입니다

    2010.09.24 08:17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에게 반장님이 해주시는 충고를 들을 때마다 깜놀입니다.솔직히 방문자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글에 대한 완성도와 정확성에 늘 답답하면서도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참 제 상황에서 난감할 때가 많더군요.더 책임있는 글을 쓰려고 많은 논문과 자료를 찾지만
    그게 진실이 아닐 경우도 있고,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기사들도 믿지 못할 때도 있고
    참 어렵고 힘듭니다.그러나 이런 일 하나 하나를 풀어나가면서 제 글도 조금은 진실에
    가까워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앞으로도 많은 조언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2010.09.24 08: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피터님처럼 고민하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여과장치로 걸렀다고 생각해요. 사실 확인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0.09.24 08:44 신고 [ ADDR : EDIT/ DEL ]
  5. 최정

    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점 이제 사례들이나 예시들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올해까지는 걱정없는데 내년이~

    2010.09.24 08:28 [ ADDR : EDIT/ DEL : REPLY ]
    • 사례가 줄어든다니 조금 씁쓸해지는데요. 그러면 최정님의 활발한 연애 이야기를 못 보는 것은 아니죠?

      2010.09.24 08:48 신고 [ ADDR : EDIT/ DEL ]
  6.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정보가 너무 빨리 돌아도 문제인거 같습니다.
    사실확인 따위는 사후에 문제가 터져야 하게되는... ㅎ ㅡㅡ;
    조심해야겠습니다;

    2010.09.24 0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얼마전부터 트위터에 들어가도 좀처럼 트윗을 안합니다. 특히 시사쪽 이슈들은. 늘 조심스러워서요.

      2010.09.29 02:35 신고 [ ADDR : EDIT/ DEL ]
  7. 함부러 글을 올리면 곤란하겠죠.
    특히 어떤 이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주기 위한 글은 정말 치명적이지요. ^^;

    2010.09.24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치명적이죠. 특히 트위터같은 확산이 빠른 도구를 만나면. 악용하는 것에 대한 뭔가 조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0.09.29 02:36 신고 [ ADDR : EDIT/ DEL ]
  8. 저처럼 웃긴건 괞찮을 라나요~

    2010.09.24 1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인터넷이 주는 익명성이 참 좋은점도 많지만
    책임감 있는 글쓰기가 꼭 필요할것 같네요~!
    추석연휴 잘 보내셨죠 ^^;; 즐거운 하루도세요~!

    2010.09.24 12: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억울해도 당할수밖에 없다는건가요???
    악플 때문에 고생하고
    잘못된 정보를 올리는 기사때문에 고생하고
    점점 더 글 하나하나에 신중해야겠어요~

    2010.09.24 18: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개인은 잘못된 정보로 당하고도 소송하기 참 번거롭죠. 처벌하려고 해도.. 물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2010.09.25 20:49 신고 [ ADDR : EDIT/ DEL ]
  11. 맥락은 다르지만 초창기 블로그를 시작했을때 너무 개인적인 일까지 올렸다가 순식간에 올라오는 악플들에 크게 상처를 받은 일이있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블로그는 정말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구나.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미니 홈피나 기존의 친구들끼리나 오고가던 블로그라면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긍정적으로 받아주겠지만 그렇지 않고 발행함으로써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는만큼 내용들의 수위 조절과 책임감있는 글쓰기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더군요. 공식적인 내용들을 다룬다면 사실확인은 당연 기본이구요.

    2010.09.24 1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랑맘님 아직 산후조리도 안 끝나셨을텐데 쉬셔용.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정말 산후조리 잘 하셔야 해요.

      2010.09.29 02:33 신고 [ ADDR : EDIT/ DEL ]
  12. 글쓰다보면 항상 고민하게되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어떨때는 어디까지가 맞는지 헷갈릴때도 있고요,
    그래서 신중해야될것 같아요.^^

    2010.09.25 00:03 [ ADDR : EDIT/ DEL : REPLY ]
    • 언론도 못 믿을 세상이라 글쓰기 쉽지 않죠. 특히 시사쪽을 쓰는 누님이나 저나. 그래서 더 신중함이 요구되기도 하고요.

      2010.09.29 02:32 신고 [ ADDR : EDIT/ DEL ]
  13. 비밀댓글입니다

    2010.09.25 01:30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용이 포스팅되었군요. ㅎ 잘 보았습니다. 저도 신경써야 겠어요 ㅎ

    2010.09.26 17: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23일에 발생했다는 트위터상의 소동은 정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충분히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글에 대해 고민하고 조심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알면서도 그런 것일까요?

    2010.09.27 15: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답니다. 그래서 더 문제죠. 외국에 있다는 핑계를 대어. 대부분의 SNS 서비스들이(페북제외) 이메일만 넣어도 되는 경우가 많아서 찾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2010.09.29 02:29 신고 [ ADDR : EDIT/ DEL ]
  16. 명예훼손 트위터상의 일은 전 처음 보는데요?
    저건 보통의 문제가 아니죠?
    조심해야겠어요!! 잘 보고 갑니다.

    2010.09.27 1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블로거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들어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있는 것 같아요.
    블로그의 단순한 인기를 위해서 사실확인이 안된 내용들을 올리는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다행히 제 이웃들중에서는 그런분들이 없는 것 같지만요..
    저조차도 확실하게 알아보고 포스팅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실수를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2010.09.27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런 고민을 하셨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죠. 아마도 울림있는 블로그를 하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2010.09.29 02:3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