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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1 [영화와 언론] 똑 같은 이슈,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 (22)


영화 <헤드스>로 보는 언론이야기

이번 주 종일 <PD수첩> 불방과 8·8개각 후보자들에 대한 비리백화점 소식에 다른 이슈들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시사 쪽 블로거들에게 ‘이슈’는 무시할 수 없는 족쇄입니다. 무시하니 조명받지 못하고, 다루자니 내공이 약해 경쟁에서 뒤처집니다. 가끔 강호의 법칙을 무시하고, 글을 써서 주목받는 소수의 블로거가 있습니다. 이것도 내공이라면 내공인 셈입니다.


영화부터 짤막하게 소개하고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헤드스; Heads>라는 영화입니다. 언론으로 보면, 머리기사입니다. 그런데 영화로 보면, 머리입니다.

이 영화는 1993년 캐나다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광들이 보시기에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B급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 쪽으로 보면, 뽑아 먹을 것이 제법 많은 영화이자 언론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화는 작은 시골동네에서 벌어지는 엽기 살인사건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극 중 <데일리 도큐멘트>라는 신문사에서 교열기자인 가이(존 크라이어 분) . 좀 어리숙합니다. 그런데 유능한 기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가이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어느 날 신문사의 수석기자가 목이 잘린 채 발견됩니다. 살인사건입니다. 그는 나태한 기자였습니다. 이 신문의 편집장인 에보트(에드워드 애스너 분)는 가이를 기자로 발탁합니다. 어리숙한 가이가 교열에서 벗어나 취재기자가 됩니다. 취재부분에서는 햇병아리인 가이. 처음에는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도 못합니다. 




이에 가이는 취재 방법을 바꿔봅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바로 살인사건과 관련된 다른 기사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잇단 살인사건으로 말미암아 마을의 관광객이 줄어든 사실, 호신용품 판매가 늘어난 사실 등을 다룹니다. 회사 안팎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가이는 취재기자가 되는 훈련과정을 이렇게 거친 것입니다.


자신감을 회복한 가이는 슬슬 살인사건 본질에 접근해 갑니다. 목이 잘린 엽기살인은 잊힐 만 하면 계속 터집니다. 치밀한 탐사보도라기보다는 끊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뒷걸음치다 우연히 핵심에 접근합니다. 사건의 핵심에 거의 접근했을 때 가이는 용의자로 몰립니다. 다행히 편집장의 딸 티나(제니퍼 틸리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리고 진범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진범은 바로 신문사 편집국장 에보트였습니다. 에보트는 “신선한 뉴스를 위해서” 눈 밖에 난 수석기자를 첫 희생양으로 삼은 것입니다. 어리숙한 가이를 그 자리에 앉히고, 자신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을 밀착취재시킨 것입니다. ‘진실’에 접근하지 못할 것 같았던 가이가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편집장이 엽기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신문의 판매 때문입니다.




조용한 마을이다 보니 사건이 없어 신문이 잘 팔리지 않습니다. 7,000부를 찍는 신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판매량이 쭉쭉 올라갑니다. 자신이 직접 살인을 저질렀기에 보안관보다 ‘정보’가 생생합니다. 주민은 그렇게 신문을 찾게 된 것입니다. 마을에서는 자연스럽게 살인사건이 ‘이슈’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조선닷컴은 PD수첩, 인사청문회 소식 대신 공무원 시험 강사의 이야기를 다룸.



반전이 엉성하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언론의 의제설정기능입니다. 대중이 어떤 사안에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 취재와 편집을 통해 지면을 배치합니다. 중요한 기사는 1면 머리기사가 되고, 방송에서는 첫 번째 뉴스가 그렇습니다. 하루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 특정 문제를 부각하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볼 때 첫 뉴스, 1면 머리기사는 해당 언론이 내놓은 대표상품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제설정입니다. 의제설정을 잘하면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평가합니다. 인터넷신문의 톱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제설정은 ‘미디어’ 역할을 하는 모든 언론사나 포털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편집의 힘이 결합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슈 파이팅’입니다. 어떤 사건이 ‘이슈’가 됐을 때, 이 이슈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이슈를 불 지펴야 합니다. 그래야 언론 또는 블로그 글을 보는 사람들이 ‘이슈’로 판단해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이가 살인사건이라는 이슈를 다루지 못했어도 관련 사안을 다뤄 주목받은 것처럼 이슈 파이팅의 방법은 많습니다. 한 주 내 ‘이슈’가 됐던 <PD수첩> 불방 건이나 8·8개각 후보자 관련 사건 등을 적용하면 같은 사건이라도 다르게 접근하는 기술을 찾을 수 있습니다.


<PD수첩> 불방 사건만 분석해보겠습니다. 불방 사건이 터지고 언론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사건의 개요나 파장 등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블로거로서는 같은 내용을 평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각, 또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서 주목받는 몇몇 블로거들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불방사건이 벌어진 날 ‘베스트’가 된 내용을 보면, PD수첩 불방 사실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블로거 ‘미디어몽구’님은 MBC 사옥 앞에서 벌어진 시민의 항의를 다뤘고, ‘아이엠피터’님은 <PD수첩>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언급했습니다. 이날 피터님처럼 접근한 블로거들이 몇 분 있었습니다. 이런 접근은 하루 뒤, 경향닷컴 톱기사로 배치됐습니다. 블로거들의 접근 방법이 기존 언론보다 먼저 대중의 호기심을 파악한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이처럼 색다르게 접근한 사례 몇 가지만 찾아봤습니다. 많은 접근이 있었지만, 주목을 받은 기사나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런 접근이 정답은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이슈는 PD수첩으로 출발했지만, 접근방법에 따라 색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접근이라 해서 꼭 다음뷰‘베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PD수첩 반나절만의 기적...방송으로 이어지길    ... (CARFA님)
 김제동-진중권-신경민-박중훈-김미화..."이럴 수가" 
 ....(뷰스앤뉴스)
 PD수첩' 불방, MBC경영진 항의 방문 '결과 리포트'  .....(전병헌 의원)
 PD수첩에 이어 추적60분도 방송불가 수모?              ....(나비오님)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내용을 글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나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또한 색다른 접근 없이 칼럼형식으로 접근했다 재미를 못 봤습니다. <헤드스>라는 영화는 의제설정이나 이슈파이팅 말고도 선정주의나 황색언론 등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조금이라도 ‘정보성’이 담겨 있었나요? 


[꼬리말]
요즘 글발도 안 받고, 몸도 힘이 빠져 저기압 모드였습니다. 이번 주 내내 정치 포스팅(제 딴에는 미디어라고 생각)이 본의 아니게 많아서 그런지 2분이나 구독 해지를 하셨군요. 구독자 늘어가는 재미로 블로그를 하는 것인데, 조금 힘이 빠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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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