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때 도망가는 신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24 [영화와 언론] 글쓰기와 명예훼손의 딜레마 (34)


 

[런어웨이 브라이드; 1999년 작품]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신부. 자극적입니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귀동냥으로 주워 들은 정보입니다. 술 안줏거리로 적당한 가십입니다. 그런데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다른 가치를 지닙니다. 이색적인 소재.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은밀한 유혹입니다. 인터넷에 올려도 큰 관심을 받을만한 사연입니다. [참고로 결혼식 가운데 도망가는 신분의 모습이 나오는 영화는 <어느날 밤에 생긴 일>(1934년), <졸업>(1967년), <필링 미네소타>(1996년) 등입니다.]


벼락치기 칼럼니스트인 아이크 그래함(리차드 기어)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다음날 치 신문에 싣습니다. 마감 한 시간 전에 작성한 칼럼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찼습니다. 악의적인 문구를 써가며 결혼식 때 도망가는 신부를 비판했습니다.


칼럼을 읽은 사연의 주인공 매기(줄리아 로버츠)는 신문사에 항의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칼럼이 사실과 다르다며 신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밝힙니다. 신문사 편집장은 아이크를 해고합니다. 다음 날치 신문에 “아이크의 칼럼이 중단되었다”라는 사고(社告)를 냅니다. 하지만, 편집장의 남편이자 친구인 피셔는 아이크에게 제안을 합니다. “매기에 대한 사실확인을 하면 그때는 특종”이라며 확인 취재를 제안합니다.


해고에 대한 앙갚음, 특종에 대한 욕심 등으로 아이크는 결혼식 때 도망가는 신부를 취재하러 메릴랜드로 떠납니다. 아이크가 메릴랜드에 도착했을 때 매기는 네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크는 매기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취재합니다. 매기에 대해 알아갈수록 매기에 대한 사랑으로 바뀝니다. 아이크의 혐녀증을 푸는 방법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아리송합니다. 매기가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이유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언론의 속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신문사 칼럼니스트라 낯설기만 합니다. 칼럼니스트들이 고정적으로 지면에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칼럼니스트의 모습이 나오는 영화는 또 있습니다. <아이러브 트러블> 닉 놀테도 극중 칼럼니스였습니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기명 칼럼이면 더 합니다.


과거 <한겨레>에 기명칼럼을 연재했던 언론인 고 정운영씨는 그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신문과 잡지에 읊조리는 제 광대의 사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더러 있습니다만, 그 기대에 응하다 보니 이마에 주름이 늘고 머리칼이 온통 허옇게 세고 말았습니다. 칼럼이 잡힌 주일에는 월요일부터 변비 증세가 나타납니다. 원고지에 열댓매의 분량의 글에 사나흘을 완전히 바쳐야 한다면 누가 믿겠습니다까만, 그것은 한 점 과장 없는 사실입니다.” 정운영, [레테를 위한 비망록], (한겨레신문사, 1997), 28쪽


이 영화를 소개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명예훼손입니다. 사실확인이 없다면, 기사나 칼럼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올린 글도 다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언론인이라면 명심해야 할 기본원칙을 이야기해 줍니다. 뜬금없이 명예훼손을 꺼낸 이유는 23일 트위터에서 있었던 소동 때문입니다. 평소 사적인 감정이 있던 두 사람. 한 사람이 어느 날 트위터를 통해 허위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올립니다. 팔로워를 상대로 리트윗을 유도합니다.


(왼쪽) 지난 8월초 면목동 성폭행범 실제 용의자(검거됨), (오른쪽) 멀쩡한 사람을 성폭행범 용의자로 지목해 유포

순간 다른 한 사람은 트위터에서는 성폭행범, 정신이상자가 됩니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보의 유통이 빠른 트위터를 만나 짧은 시간에 없는 일이 있는 일로 바뀐 것입니다.


순간 성폭행범 용의자가 된 한 사람은 뒤늦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되는 트위터. 국외거주자라면 명예훼손 처벌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련 글 - 내 사진이 트위터에서 성폭행범 용의자가 된다면] 


종종 블로거들도 명예훼손 송사에 얽히기도 합니다. 사실확인 여부와 비방 문제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다 하더라도 블로거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언론사라는 방어막도 없고,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려면, 진실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비평을 할 때라도 위의 기준에 입각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책임 있는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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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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