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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1 연예인 병역비리 의혹 피의사실 공표의 딜레마
미디어비평2010.07.01 19:35

A가수가 병역 의혹으로 내사를 받고 있습니다. ‘혐의’가 입증된 것도 아니고, 내사중인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신중해야 합니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실명 또는 그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은 고민을 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 방송사가 A가수의 내사내용을 보도했고, 뒤 따라 다른 언론도 따라 보고하고 있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특종’이라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피의자의 신원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연예인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됐고, 인터넷상에서는 ‘여론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그가 받는 혐의는 병역비리 의혹입니다. 날이 서릴 정도로 뜨거운 문제입니다. 가수 유승준을 비롯해 병역 문제 때문에 집중포화를 맞은 연예인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만큼 병역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입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사가치가 있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병역 문제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해당 방송사는 피의자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입니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제 126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법 행위입니다. 해당 연예인은 ‘알 권리’라는 미명하게 피의사실이 공표돼 도덕적,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언론사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언론사 자기책임입니다. 공개에 대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을지 여부는 원칙적으로는 피의자는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법의 대원칙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해당 연예인이 첫 보도를 한 방송사를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 것은 정당한 이치입니다.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못하도록 해놓았음에도 늘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충돌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도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여론재판을 당했습니다.  분명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법이 있지만, 이 법은 사문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기소가 된 사건이 한 건도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알 권리와 죄를 지은 피고인의 인권도 보장해야되느냐는 논란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흉악범도 아닌데 신상을 공개할 정도로 급박했냐는 것입니다. 해당 언론사는 문제가 되면 그 책임을 경찰에 떠넘길지도 모릅니다. 물론 실명공개에 따른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 등에서는 해당 언론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에서는 여론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가 범법을 했다는 것이 명확해질 때까지 여론재판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여론재판의 위험성을 잘 설명해주는 영화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매드시티> 입니다.  저는 인터넷에서 여론재판이 있을 때마다 이 영화가 생각납니다.

<매드시티>(Mad City, 1997)는 어떤 영화?

박물관장 인터뷰를 위해 박물관을 찾았던 기자(더스틴 호프만)가 인터뷰 도중 전직 경비원 샘(존 트라볼타)이 박물관 예산 삭감에 따라 자신을 해고한 것을 항의하러 옵니다. 샘은 총과 탄약을 주고 겁을 주기 위한 용도로 가져왔습니다. 두 명의 아이와 처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직업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샘은 항의하는 도중에 자신의 흑인 동료 경비원을 우발적인 실수로 총을 쏘게 됩니다. 이 때부터 피해자 흑인 쪽을 옹호하는 매체들은  ‘사실’과 달리 여론재판을 시작합니다. 인종주의에 의한 범행이라고 말입니다. 샘의 우발적 살인은 계획적인 범행처럼 보도됩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사실’을 알지만 여론재판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샘은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론재판과 미디어의 폭력성을 잘 다룬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의 제목이 주는 심오함에서 한 번더 생각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내사 만으로 우린 그를 여론재판해서는 안됩니다.  해당 연예인, 병역비리가 맞다면 그때 비난을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병역 비리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정서에 기대 언론이 피의사실 공표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차별 보도를 한다면, 영화 <매드시티>에서 처럼 미디어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꼭 영화속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 참고로 언론에서 해당 연예인의 병역 면제 사유를 밝히면서, ‘징병 신체검사 등 규칙’을 인용하면서 약간의(?)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용받은 항목은  치아 부분 중에 저작기능 평가와 관련된 사항입니다. 저작기능은 싶고 소화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기준표에 따르면, 어금니를 통칭 6점이라고 표현하는데 앞 어금니(소구치)는 3점이며, 뒤 어금니(대구치)는 6점입니다. 그리고 지치(사랑니)는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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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