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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4 [영화와 언론]살인보다 무서운 미디어폭력 (8)

 [연재를 시작하며...]  무심코 보는 영화 속에 실제보다 더 드라마틱한 언론의 얘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잠시 동안 언론인을 하면서 느꼈던 언론의 생리와 영화 속의 언론 너무나 닮았습니다. 10년 전부터 이 주제로 글을 써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자판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연재’라는 이름을 달고 영화, 만화 등 대중문화 속에 비춰진 언론의 모습을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옥수 신창원을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수감중에 있지만, 그는 한 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탈옥수였습니다.  경찰의 포위망을 조롱이나 하듯907일 동안 이어진 그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은 당시 언론을 통해 중계되다시피 했습니다. 그의 패션에서부터 일기장, 도피를 도왔던 여자들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면서 대중에게 ‘신드롬’까지 생겼습니다.

대중이 그를 영웅이나 의적취급을 했던 것은 대중의 잘못된 인식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반복해서 보여진 그의 모습과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기현상이었습니다. 당시 사회학자들은 “사회규범의 가치가 혼란한 시대”라고까지 평했습니다.

<경향신문> 1999년 7월 21지 22면 기사의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누가 신창원에게 돌을 던지랴」. 20일 PC통신에 쏟아진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신이 우리 사회의 가면을 벗기고 일그러진 맨 얼굴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였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신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사회구조와 지도층을 질타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 신의 애인을 성폭행한 경찰관을 신보다 무거운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하이텔 이상섭)며 경찰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그의 도피행각은 영화 <쇼생크탈출> 만큼이나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방송들은 이를 소제를 다뤘습니다.  흥미위주의 보도가 많았습니다.  당시 매체비평시민단체인 ‘매비우스’는 방송사의 신창원 관련보도에 대해 “KBS, MBC와 SBS의 보도가 불확실한 추측보도인데다, 뉴스라기보다 3류 주간지의 흥미위주 기사에 불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탈주 과정과 이후 행각 등을 지나치게 자세히 재연함으로써 모방범죄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살인범’ 신창원을 ‘의적’으로 둔갑시킨 주범은 ‘언론’이었습니다. 신씨가 행한 살인이라는 원초적인 폭력보다 미디어의 보도 때문이었습니다. 미디어가 아니었다면 신씨의 옷이나 일기장, 그리고 어떤 행적을 보여왔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도피행각을 부각시키고, 그의 옷과 일기장 등의 내용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신씨의 불만은 대중의 정서가 맞닿았던 것입니다. 결국 살인범이 의적이 되는 기현상은 언론이 만들어낸 미디어의 폭력이었습니다. 

  

  원초적인 살인보다 무서운 미디어의 보도

이런 미디어 폭력의 위험성을 풍자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올리버 스톤의 킬러>(1994년 작품)입니다. 원래 이 작품의 이름은 <네추럴 본 킬러>입니다. 우리나라로 배급이 되면서 영화제목이 바뀐 것입니다.


‘묻지마 살인’을 일삼는 미키(우디 헤럴슨)와 말로니(줄리엣 루이스). 그리고 언론인으로 나오는 웨인 게일은 미키와 말로니에게 TV의 시청률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방송에 인터뷰 독점권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거래는 이뤄집니다.

게일은 그들의 독점 인터뷰를 내보냈고, 미키와 말로니는 대중의 관심을 받습니다. 이들이 살인을 할 때마다 신문의 1면과 잡지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합니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보여집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살인범’이란 범법행위에 대한 인식보다 그들이 살인을 하는 이유를 보여주면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가치의 일탈이 일어나면서 그들은 ‘살인범’이 아니라 ‘영웅’이 됩니다.

그들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시청률에 눈먼 게일은 교도관에게 총을 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도관에게 “이들의 행렬을 막으면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겠다”고 말합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서 시청률 때문에 범법을 일삼고, 또 사회규범을 조롱하는 언론인 게일. 오히려 미키와 말로니의 ‘묻지마 살인’이 더 순수하게 보이게 만듭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또 다시 그들의 인터뷰가 나갑니다.

오히려 살인범인 미키가 언론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습니다. 영화의 끝 부분에서 미키는 게일에게 “카메라 앞에서 너처럼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넌 쓰레기야. 시청률 때문에 우리를 도왔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게일은 자신의 취재원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개봉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개봉 뒤 모방범죄도 일어나 올리버 스톤 감독은 법정에까지 서기도 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미디어 폭력의 위험성입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전달하면서 이를 어떻게 보도하고 다뤄야하는지 언론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영화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



 올리버 스톤 감독은 1946년 뉴욕에서 월드스트리트의 부유한 증권브로커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1967년부터 2년 동안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수업을 받고 감독이 됐습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플래툰>, <7월4 일생>, <살바드로>, <하늘과 땅>, <닉슨>, <월스트리트> 등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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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