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2010.08.17 16:11


 



 

국토해양부가 17일 밤 방송할 MBC <PD수첩>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냈습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왜곡된 보도자료를 내어 잡음이 일었던 부처입니다. 민주당 소속 충청남도 도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던 곳입니다. <PD수첩>이 방송을 하기도 전에 입을 틀어막으려 합니다.



방송의 내용이 잘못됐다면, 정정보고 청구와 명예훼손 소송이 있습니다. 물론, 보도에 비해 소극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위사실’이 유포가 확실하다면, <PD수첩>은 명예훼손을 비켜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 방에 언론의 신뢰를 흠집낼 기회입니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방송을 본 뒤, 대응을 해도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왜곡된 보도자료를 내도 잘 받아주는 ‘우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려 합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합니다. 시청자의 판단 쯤은 우습게 대합니다. 국토부의 이런 행동은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야당의 당사(워터게이트는 건물)에 가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들통난 사건입니다. 괴한 5명 가운데 한 명은 전직 CIA요원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현직 국가정보원까지 사찰했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까지 나온 우리네 사찰과 비교하면 세발의 피입니다.

세계적인 권위지로 평가받는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이 사실을 추적보도합니다. 닉슨 측근은 “보도를 하면 케서린 그레이엄의 젖가슴을 세탁기에 넣어 짜겠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은 방송의 재허가를 포기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세기의 특종으로 남아 언론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됐습니다.  

권력은 속성상 비판을 잠재우려합니다. 군사정권 시절 유명한 ‘보도지침’이 대표적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민주화가 됐다고 해도 정치권력은 늘 언론에 집착합니다. 국민의 눈과 귀만 막으면 일방통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들어 방송계에서 진행된 끊임없는 낙하산 논란도 이런 맥락입니다. MBC의 이웃인 KBS에서는 당장 사단이 났습니다. 경찰청장의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 보도를 제지당했다면서 PD와 기자들이 반발한 것입니다. MBC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처지만은 아닙니다. 

<PD수첩>이 권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시청자는 방송을 볼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입니다. 내용의 문제는 방송 이후에 판단할 사안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방송의 내용을 제작한 사람은 최승호 PD입니다. 사실확인도 없이 보도하는 초짜 PD도 아닙니다. PD저널리즘에서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해관계에 첨예한 사안에서 당사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일방적인 보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 기업이라면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보도자료



하지만, 이번의 보도내용은 4대강 사업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주요 정책입니다. 국토부가 억울한지는 방송을 본 뒤에 평가할 부분입니다.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그런 점에서 월권입니다. 과잉대응입니다. 정치권력이라 할지라도 언론자유를 옥죌 명분은 없습니다. 막말로 <워싱턴포스트>를 협박했던 닉슨 측근이나 사법권에 기대어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국토부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데 소수의 위정가 몇몇이 모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책과 권력에 대해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언론의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독재’나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독점’하라고 내준 것이 아닙니다. 또한 권력을 내 맘대로 휘둘러서도 안됩니다. 그것은 대통령일지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물며 일개 부처에서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이런 행동은 역사의 시계를 한참 뒤로 널뛰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을 앞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자체가 국토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방송이 나간 뒤에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반론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왜곡보도자료 논란 때는 입을 다물더니 <PD수첩> 방송에서는 재빨리 행동합니다. 국토부의 사업은 4대강 밖에 없나라는 착각까지 듭니다. <PD수첩>이 제작과정에서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더라면 반론권을 요구하면 됩니다. 내용이 어떤지도 모른체 국토부에서 미리 짐작하여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사안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의 행동은 사법권에 기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옥죄는 것입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현재 MBC <PD수첩>은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자유를 볼 수 있는 시험대입니다.  


* 글을 올리고 얼마되지 않아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 밤 <PD수첩>은 예정대로 방송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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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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