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넋두리2010.08.10 00:03





 만삭의 아내는 여름 때면 되면 레파토리처럼 바다를 외칩니다. 저는 늘 못 들은 척합니다. 매일 블로그에 빠져 뒷통수만 보여줬더니 원성이 하늘을 찌릅니다. 배 안에 있는 아이도 같이 시위하는 듯 합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바다타령’을 늘어놓는 아내. 이상하게도 저희 부부는 여름에는 바다를 못 갔습니다. 벌써 4년째 이어져오는 이상현상입니다. 올해에는 꼭 가자고 했는데, 덜커덕 아이가 생겼습니다. 날짜 조절을 실패해 8월이 산달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둘만의 데이트를 한 적도 가물가물합니다. 오늘마저 모른 척 했다가 평생 원망와 바가지 긁힐 분위기입니다. 토요일(7일)에 바다를 가자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이놈의 블로그가 무언지, 방문자도 신통치 않는 블로그 핑계를 대며 새벽을 꼴딱 지세웠습니다. 바다에 가기로한 일요일 오후 2시에서야 눈을 떴습니다. 

토끼 눈을 한 아내가 견디다 못해 옆구리 신공을 쓴 것입니다. 머리는 새 집이 두개나 생겼습니다. 얼굴은 푸석푸석합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모자를 눌러씁니다. 머리 감으면서 거드럼을 피웠다가는 아내의 필살기나 나올듯한 모습입니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한참 더울 때 ㅡ.ㅡ ;

애초 월미도에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자가용이 없는 탓에 시간이 안 맞습니다. 왕복 시간을 제하고 식사 시간까지 계산해보니 힘들듯 싶습니다. 체념한 아내는 “마음대로 해”라며 한 마디 말만 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상황. 비장의 카드를 꺼냅니다. 저희 부부가 일년에 서너 번쯤 가는 단골집이 있습니다. 00데이나 크리스마스, 기념일마다 가는 단골집입니다. 묵은지와 김치전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내탓에 단골이 된 집입니다. 이 집은 서울 충무로 명보아트홀 맞은 편에 위치한 오모리찌게(http://www.omori.co.kr/)입니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자 아내도 마지못해 승낙을 합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아이도 좋은지 태동이 심합니다.  



충무로 오모리찌게

 
 이 집은 자장면과 김치를 재료로 하는 요리가 주입니다. 자장면은 수타면입니다. 직접 뽑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가면 나름 볼거리입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가 자주 먹는 메뉴는 . 오모리 등갈비찜입니다. 2명이 충분히 먹을만큼 나옵니다. 3년 묵은 김치와 등갈비의 조합이라 김치의 맛과 등갈비를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약간 매콤한 맛이 혀를 자극합니다. 매일 담는 김치에 등갈비찜이면  밥 한 그릇이 후다닥입니다. 빛의 속도로 없어집니다. 가격은 등갈비찜이 1만 6,500원입니다. 공기밥 2,000원(1,000원*2)까지 2만 원이 채 못됩니다. 


오모리 등갈비찜


밥을 먹어도 약간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 집은 숭늉을 마음대로 떠다 먹을 수 있습니다. 공기밥 만으로 허전한 나그네들의 허기를 채우기에도 딱 좋습니다. 아내는 2인분이라서 그런지 김치전까지 먹습니다. 참 잘 먹네요. ㅎㅎ


간만에 카메라를 들은 탓인지 초첨이 엉망입니다. 금연을 해야하는가 봅니다. 손도 떨리네요. ㅡ.ㅡ 밥을 먹고 명보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나 극장이 없어지고 명보아트홀로 바뀌었습니다. 극장가를 너무도 오랜만에 찾았나봅니다.  명보아트홀 앞에 한 이미지를 보고 필이 꽃혔습니다. 앞으로 블로그에 종종 써먹을만한 이미지였습니다. 역시나 찰칵 ^^



어쩔 수 없이 명보아트홀에서부터 대한극장까지 10여분을 만삭의 임산부와 행군을 했습니다. 땀은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날이 더워 짜증도 날 판인데, 오랜만의 데이트라 그런지 아내는 좋아라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면 좀 자주 데이트할껄 후회도 됩니다.

곧바로 대한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솔트>, 저는 <인셉션>과 <아저씨>.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는 <인셉션>과 <아저씨>였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인셉션>에 대한 포스팅을 본 기억에 인셉션을 선택했습니다. 

낼름 봤다가 머리가 어질어질 합니다.  요사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로가 나온 영화들이 정신세계와 관련한 것들을 연거푸 2편을 봤더니 자꾸 이런 영화만 찍는다는 착각도 듭니다. 극장에서 기억을 인셉션 당한 뒤, 대한 극장 뒤편  ‘한국의집’에 들렀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진으로 감상해보세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했던 기억들이 다 인셉션당해서...

한국의집




쪽문을 타고 안으로 향합니다.



시골에서 보던 장독대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냥 찍었습니다.



감도를 너무 올렸던 탓일까요. 생각보다 별로네요. ISO 600으로 찍은 기억이..




낮이었다면 더 많은 사진을 찍었을텐데 저녁무렵이라 사진이 잘 안나오더군요. 걍 포기하고 집으로 고고씽.



너무 늦게 나들이를 나섰는지 금새 어두워집니다. 원래 이날 한강고수부지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땡볕아래 행군이라 아내도 저도 지쳤답니다. 그리고 합의 하에 귀가했습니다. 짧은 시간, 형편 없는 데이트였는데도 아내의 표정은 밝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너무나 아내의 마음을 몰라줬나봅니다. 가슴 한 편에서 미안한 마음에 울컥합니다.

집에오자 커피를 서비스해주는 마눌님.그리고 간만에 우호도도 잔뜩 올렸습니다. 그리고 또 양치기가 될지도 모르면서 다음 주에는 한강고수부지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습니다. 과연 지킬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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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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