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망사고/진실2010.08.09 10:51



 

이미지출처: 조강지처클럽 홈페이지(http://tv.sbs.co.kr/club) 캡춰


 SBS에서 한때 높은 인기를 얻었던 <조강지처클럽>이란
드라마를 아십니까? 아버지부터 큰아들, 매형까지 ‘바람’피는 콩가루 집안 이야기입니다. 가족 중에 정상적인 가정을 제대로 유지하는 사람은 ‘한선수’(이준역 분) 한 명뿐입니다. 제가 주목한 사람은 ‘한선수’입니다.

두 집 살림을 차린 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 아버지처럼 조강지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큰 형, 바람 피는 매형에게 버림받은 누나 등 비정상적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선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해서는 원망을, 어머니는 불쌍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출처:아이클릭아트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극 중 ‘한선수’와 너무나 비슷한 처지의 병사 이야기입니다. K병사는 4남매의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외도를 했습니다.

 두 형 가운데 큰 형도 조강지처를 버렸습니다. 바로 위 형은 학업 때문에 다른 도시로 유학을 갔습니다. 집에는 어머니와 여동생 K병사 셋 뿐이었습니다.

K병사는 어릴 때부터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생활비를 받으로 아버지께 갈 때면 돈은커녕 얻어맞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K병사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컸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K병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싸움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성스러웠습니다. 또래 아이들도 “계집애”라고 놀렸
습니다. 오히려 남성성이 강한 옆집 누나가 K병사의 보디가드였습니다. 그 누나의 기억 속에 K병사는 ‘여자’였습니다.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사내아이였습니다. 

 K병사는 고무줄놀이, 소꿉놀이를 좋아했고, 밥과 빨래 등 집안일도 잘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다리를 다소곳하게 모으고 찍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늘 사랑스러웠습니다. 너무나 착해 남을 해하지도 못할 성품이었습니다. 사내아이지만 딸 같았습니다. 성장하면서도 K병사의 성품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계집애처럼...”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말투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와 닮았습니다. 

 

 여성성이 강했던 K병사는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가 자대배치를 받은 곳에서의 임무는 삼청교육대 초병이었습니다. 여성성이 강한 K병사 눈에 구타와 심한 얼차려가 일상처럼 반복되는 삼청교육대는 ‘지옥’처럼 보였습니다.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출처: 아이클릭아트

군 헌병대 출신이었던 아버지께 다른 부대로의 전출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일병 때 그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갑니다. 그가 두 번째 자대배치를 받은 곳은 동원훈련 사단이었습니다.


흰 피부에 호리오리 한 체격, 여성스러운 말투, 요리를 좋아하는 K병사는 당시 시대에서는 별난 군인이었습니다. K병사의 성품을 파악한 중대장은 K병사를 장교식당의 조리병 보직을 줍니다. 이곳에서 K병사는 즐거웠습니다.

후임병에게 K병사는 누나 같은 존재였습니다. 잘못하는 후임병이 있으면 “기집애야 왜 그래”정도입니다. 후임병을 부를 때도 “이서방, 김서방”이었습니다. 웃을 때도 소매로 입을 가렸습니다. 속옷도 매일 삶아서 입을 정도였습니다. 혹여 간부에게 혼쭐이 나면, 조용한 곳에 가서 울었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곱고 여린 K병사. 그는 장교식당 내의 병사뿐 아니라 간부들까지도 예쁨을 받았습니다. 일 때문에 지적을 받는 일은 없을 정도로 업무는 완벽했습니다. 그에게 장교식당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K병사는 병장진급 뒤, 깔끔하고 요리를 잘한 이유 등으로 사단장 조리병으로 발탁됩니다. 중대장과 취사반장의 신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사단장 공관에서도 맡은 일을 잘했습니다.

출처:아이클릭아트

일은 잘했지만, 그에게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을 관리하는 전속부관과의 관계였습니다. 남성성이 강한 전속부관의 눈에 K병사는 군인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잔소리만 들어도 훌쩍 울었던 K병사는 전속부관을 만난 뒤 심적 고충을 토로합니다. 책모서리로 머리를 때린다든가 가끔 손찌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단장도 전속부관에게 병사들에게 손지검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적도 있었습니다.
 
K병사는 장교식당 선임병 A병사에게도 “전속부관이 싫다. 전속부관을 때려죽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공관으로 옮긴 뒤 K병사는 먼 산을 자주 본다든지, 일기장에 “죽고싶다. 벌레를 죽일 힘도없다”, “구름이 되어 날아가고 싶다.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 “나는 어디에 가도 죽는다”등 무기력증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태가 한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K병사는 전속부관을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취사반장에게 “장교식당으로 가고 싶다”라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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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8월 21일. K병사는 주말이라 점심 뒤, 장교식당 병사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공관에서의 생활이 힘들었던 탓에 술로 이겨보려고 했습니다. 술에 취한 K병사는 공관에서 졸았습니다. 오후 6시 20분께 전속부관은 “술을 마시고 사단장의 저녁을 준비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K병사의 뺨을 10여 차례 때렸습니다. 무릎을 꿇리고 한 시간 동안 구타와 폭언을 했습니다.

출처:아이클릭아트

성난 K병사는 장교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공관 청소를 위해 사두었던 농약을 마셨습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들에게 K병사는 “전속부관이 가둬놓고 굉장히 많이 때렸다. 맞아서 그렇다 도저히 살 자신이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를 곧바로 후송했지만, 그는 구급차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전역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수사결과, 전속부관은 징계위원회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이 모든 잘못을 진 것입니다. 죽음에 이르게 된 전속부관의 일상화된 구타와 폭언보다 음주와 업무소홀, 농약 음독 등이 더 크게 주목받은 것입니다.

 

 이 사건을 재조사해본 결과, K병사는 ‘성주체성장애’였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 ‘주요 우울증세’를 보였습니다. 지금 기준의 징병신체검사를 하였더라면 현역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 따뜻한 말과 관심을 받았더라면 안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군대에 어울리지 않은 병사였지만, 그는 병장 때까지 업무 때문에 질책을 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폭력적인 간부를 만나 결국 그는 한 줌의 재가 됐습니다. 그가 남긴 사진첩에는 여장하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수십 장 꽂혀있었습니다. 폭력적인 남자보다는 여자가 되고 싶어했던 별난 사내였습니다.


이 사건은 28년 전 실화입니다. 오래전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군대는 통제의 이유로 병사들의 성격 차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획일화를 요구합니다. “까라면 까야 된다”는 신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있습니다.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는 순간 이런 사고는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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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