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나이트 플라이어[1987년 작품]>. 이 영화는 ‘19금’입니다. 야해서가 아니라 잔인해서입니다. 최대한 잔인한 부분은 편집하겠습니다. 하려는 얘기는 영화가 아니라 ‘언론’입니다. 


 드라큘라 영화에서 벌레를 먹는 싸이코를 연기했던 드와이어트 랜필드. 그는 세스나기 비행기를 타고 묻지마 살인을 벌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를 쫓는 언론의 모습이 나옵니다. <인사이드 뷰>입니다. 이 잡지의 편집장은 모리슨입니다. 


 모리슨 편집장은 신입 기자 캐서린의 면접 과정에서 <인사이드뷰>를 “문화의 현미경”이라고 말합니다. 이 잡지는 변태적인 살인이나 성 추문만 주로 다룹니다. ‘피의 대부’로 불리는 베테랑 기자 리차드의 눈에도 “미치광이 잡지”일 뿐입니다. 영화 속의 한 정비사는 <인사이드뷰>를 가리켜 “개똥 치우는데 적합하다”고 평가합니다. 독자들에게조차 비난받는 선정적인 매체입니다.



<인사이드뷰>의 모리슨 편집장은 리차드에게 살인마 랜필드를 취재하라고 합니다. 리차드는 취재지시에 시큰둥합니다. 하지만, 모리슨이 이것을 취재하면 ‘특종’이라는 말에 흔들립니다. 그리고 막 신참 딱지 달고 온 캐서린이 나옵니다. 잡지사 건물 벽 한편에 걸려 있는 사내 특종상에 눈독 들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기사를 올리고 싶어합니다. 명예욕에 불타는 여기자입니다.

 캐서린의 눈에 리차드는 닮고 싶은 모델입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대선배입니다. 리차드는 그런 캐서린을 귀찮아합니다. 자신의 일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천덕꾸러기로 봅니다. 귀찮아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에 한 마디 조언을 해줍니다. “기사를 믿지도, 믿음을 기사화하지도 마라.” 뚱딴지같은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영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불 꺼주세요. 영화 시작합니다. 살인마의 묻지마 살인, 그리고 이를 취재하려는 리차드. 여기에 방해꾼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캐서린입니다. 모리슨 편집장의 비밀 지시를 받고, 리차드와 같은 내용을 취재합니다. 편집장 모리슨은 두 기자에게 같은 취재거리를 던져준 것입니다. 어차피 그들은 ‘월급쟁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쓰든 기사만 나오면 그만입니다.




리차드와 캐서린은 그렇게 살인마를 쫓으며 같은 취재를 합니다. 캐서린은 이 기회를 통해 선배를 닮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내공이 딸립니다. 항상 뒤처집니다. 언론인의 윤리나 종교적인 믿음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감각’으로 취재하는 리차드를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리차드는 늘 캐서린 보다 앞선 취재를 합니다. 그의 동물적(선정적)인 감각은 취재 중에 두드러집니다. 살인사건을 취재하면서 비석 사진을 찍습니다. ‘그림’이 안 됩니다. 비석을 눕히고 피를 좀 묻힙니다. 사진 속의 모습은 살인현장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어차피 그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꺼리가 유일한 보도윤리입니다. 사진기자들이 현장에서 극적인 사진을 위해 시도하는 일종의 ‘그림 만들기’와 같은 행동입니다.


그렇게 리차드는 한 발 한 발 살인마 랜필드에 접근해갑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살인마는 리차드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하지마라. 그것이 곧 죽음이다”라고 경고를 합니다.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물러설 리차드가 아닙니다. ‘뻗치기’(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취재하기 위해 관련인물의 회사나 집 앞에서 관련인물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행위를 일컫는 말) 끝에 랜필드의 비행기도 찾습니다. 이동 경로도 알아냅니다.


마침내 그가 찾은 곳은 한적한 공항입니다. 도착했을 당시 이미 공항은 피의 향연장이 됐습니다. 끔찍한 사람들의 잔해를 본 리차드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살인마와 마주합니다. 망토를 두른 점에서는 베트맨과 닮았지만, <이클립스>에 나오는 곱상한 드라큘라가 아니라 흉칙한 살인마일 뿐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살인마는 리차드를 죽이지 않습니다. 피를 쫓는 살인마나 자신의 뒤를 캐는 리차드를 보면서 닮은꼴을 본 셈입니다. 




살인마는 리차드라는 자신의 분신을 남겨놓고 그냥 갑니다. 화면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뀝니다. 갑자기 흑백화면으로 변합니다. (처음에는 테이프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의도한 편집이었습니다.) 죽었던 사람들이 좀비처럼 리차드에게 달려듭니다. 리차드는 도끼를 들고 좀비에게 도끼질합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캐서린은 그 과정을 다 지켜봅니다.
화면은 다시 칼라로 바뀌고 사람을 죽이고 있는 리차드의 모습만 나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희대의 살인마는 랜필드가 아니라 리차드가 됩니다. 진짜 살인마는 유유히 똥폼을 잡으며 세스나기를 타고 사라집니다.

 




캐서린은 진짜 살인마 랜필드를 봤습니다. 그런데 못 본 척했습니다. 캐서린의 기사에서 살인마는 ‘리차드’였습니다. 가짜 특종입니다. 여기자는 결국 리차드의 자리를 꿰찹니다. 대선배 리차드가 말했던 “기사를 믿지도, 믿음을 기사화하지 말라”고 했던 내용을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잡지사 벽 한편에 자신의 기사와 사진이 실립니다. 그토록 바랬던 특종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아이클릭아트/이미지 작업(일부 수정)

진실을 알 길이 없는 대중은 “개똥 치우는데 적합한” <인사이드뷰>의 가짜 특종을 보고 좋아합니다. 캐서린은 특종 기자가 됩니다. 모리슨 편집장은 돈 세느라 정신없습니다. ‘피의 대부’가 리차드에서 캐서린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선정적인 매체의 복제시스템입니다. 어차피 살인마의 피의 향연은 계속해서 기사화하면 됩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대중은 실체적 진실보다 나와 있는 그대로를 좋아할 뿐입니다.


인간에게 내재한 악의 근성과 선정적인 매체가 맞물립니다. 희대의 살인마 랜필드, 그는 대중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우리네 자화상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도한 캐서린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리네 언론과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욕하면서 연예·오락 등의 가십 기사만 즐겨봅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그 순간 나와 있는 기사만 보고 평가합니다. 언론은 이를 장사에 이용합니다. 


이런 뉴스패턴의 변화는 연예오락뉴스의 편중을 부추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또 다른 <인사이드뷰>는 계속 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과 마우스가 만들어낸 또 다른 ‘살인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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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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