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애플사CEO 트위터에 낚여 외신도, 한국언론도 오보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신문사부터 국내 언론까지 줄 오보를 냈지만, 블로거들이 오보라는 것을 지적해 대량오보로 이어질 사태를 막았습니다. 1인 미디어의 힘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 블로그 외에도 오보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만약 이런 지적이 없었더라면 분명 대량오보 사태로 치달았을 것입니다.

문제의 오보는 애플사 CEO를 사칭한 가짜 스티브 잡스의 트위터에 “아이폰4 리콜할 수 있다”는 글을 그대로 인용보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는 트위터를 하지 않습니다. 이를 모르고 기사에 욕심낸 영국 신문과 이를 받아쓴 한국언론이 잇따라 오보를 내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오보에 이어 또 한 번 오보소동이었습니다. 사실 국내 언론들의 국제기사 오보는 너무나 잦아 놀랄 일도 아닙니다.

[참고]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다루는 외신 기사는 대부분 국제부 담당 기자들이 번역해서 씁니다. 우리의 시간 때와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신문발행 시간의 차이도 있고 신문사의 기사 마감시간 등이 맞물리면서 오역과 외신 오보를 그대로 베껴쓰는 풍토는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외신에 난 기사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오보는 최근 아이폰4의 결험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가운데 나온 뜨끈뜨끈한 정보였던지라 기자나 언론사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기사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물론 사실이었다면 말입니다. 오보의 시작은 지난 27일 영국의 <데일리메일>(http://www.dailymil.co.uk/)이었습니다. 이 신문은 가짜 스티브 잡스가 트위터에 올린 글(“We may have to recall the new iPhone. This, I did not expect.”)을 인용해 “아이폰4를 리콜할 수 있다”고 처음 보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어 28일 <문화일보>는 12면에 스티브 잡스 “아이폰4 리콜할 수도”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고, 곧이어 <매일경제> 인터넷신문이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오보가 확산될 조짐을 보였습니다.
[##_'1C|cfile10.uf@1107B6114C2A4337192367.jpg|width="580"_##] 6월 28일자 12면 기사' height=458> 언론의 오보소동을 처음 지적한 것은 블로거 김철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기자들이 욕먹는 이유’ 라는 글을 통해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며 국내 언론의 오보를 꼬집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스티브 잡스의 트위터는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 글이 포스팅돼 메타블로그를 타고 퍼지면서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네티즌들이 알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해당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밝히는 기사도 보도됐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넥스트웹>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관련기사가 오보이고, 미국 최고 권위의 소비자 리뷰사이트 CNET 등 IT 전문지를 봐도 애플이 수신 결함 문제로 아이폰4의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루머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_'1C|cfile5.uf@15751C144C2A442115EEAE.jpg|width="550"_##]의 오보를 지적하는 <넥스트웹>의 기사' height=573>

<넥스트웹>에서 다룬 기사를 보면, “Unfortunately Britain’s second biggest newspaper has egg on its face as the article quotes the notorious Fake Steve Jobs twitter account as the basis for the entire story.”로 돼 있습니다. 의역하자면, 뭐 불행하게도 “영국의 두번째로 큰 신문사가 소문난 가짜 스티브 잡스의 트위터글을 인용보도했다가 얼굴에 먹칠을 했다”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먹잇감이었던 탓일까요? ‘사실확인’을 소홀히 해서 벌어진 사태치고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자 신뢰도 하락과 연결되는 문제였습니다.  

문제의 짝퉁 트위터를 조금만 자세히 봤더라도 낚이지 않을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해당 트위터를 보면 소개글에서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걱정하지 않는다. (중략) 물론 물론 패러디 계정이다”고 밝혀놨습니다. 팔로워 숫자, 그리고 아이폰에 대한 시의성 있는 이야기, 대중의 관심에 묻혀 사실확인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언론을 제대로 낚아주신 짝퉁 스티브 잡스님 트위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한 명의 블로거의 글을 통해 오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오보를 낸 언론사들이 보인 행동입니다. 오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문화일보>와 <매일경제>는 자사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포털에 전송한 기사까지 삭제했습니다. (다행이 문화일보는 지면 PDF보기가 가능해서 이미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매일경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번 오보 소동을 기사로 다룹니다. 풀 스토리를 몰랐다면 문화일보만 씹을 뻔 했습니다. 이래서 한국언론이 카멜레온 소리를 듣나 싶기도 합니다.
 

인터넷 공지글을 아무리 뒤져봐도 해당 언론사에는 오보를 사과하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오늘자 문화일보 신문에 사과기사가 나온다면 그나마 양심이라도 있는 일이겠지요. 국제관련 기사의 오보는 너무나 빈번한 일이라(때로는 의도적으로 오역) 사과를 할 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를 삭제하면 그만이지만, 오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많은 네티즌들은 어떻게해야되는지. 어떤 블로그에는 가짜 스티브 잡스의 트위터를 공식 트위터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블로거는 오보기사를 블로그에 스크렙하기도 했습니다. ‘오보’라는 불량품을 생산했으면 알아서 ‘리콜’을 해줘야 할텐데 그건 너무 큰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이폰 리콜 오보 사태를 막은 블로거 김철님은 ‘미디어CSI’ 직함을 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철님 외에도 여러 명의 블로거들이 오보라는 사실을 포스팅하면서 오보라는 사실이 빨리 밝혀진 것 같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 이 포스트를 트위터로, RT도 가능~!
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