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지 꼭 백일째 되는 날입니다. 남들은 백일잔치니 가족사진 촬영이니 부산할 때지만, 제 가족은 조용합니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남들처럼 가족사진 찍는다면서 꽃단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기준이 “남들 하는 만큼”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동안 아픈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모가 겪는 통과의례로 여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남의 일’이기에 ‘도움’까지 바라지 않아도 ‘이해’는 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아이가 안 아플 수 없고, 새벽에 아이를 안고 병원에 가는 것도 남들 다 하는 필수코스입니다. 그런데 남들도 경험하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참 많았습니다. 개복수술을 하고, 또 최소 두 번 이상의 수술이 예정돼 있습니다.

다경이는 백일 된 아이에 비해 먹는 양도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잠도 오래 못 잡니다. 자기 손보다 큰 주삿바늘 여러 개를 꼽고 있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뒤에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때론 종교는 없지만 ‘절대자’에 대한 원망도, 푸념도 한가득 퍼부었습니다. 신생아의 1%에 해당하는 선천성심기형(방실중격결손, 폐동맥협착,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등)을 앓는 다경이. 아이도 부모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참 많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해’보다는 ‘슈퍼맨’을 기대했습니다.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 평범한 사람은 다 하는 삶을 제가 처한 처지에서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백일동안 초보부모는 참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심장수술이라는 1차 고비를 넘겼습니다. 아이도 부모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전히 집 한구석에는 매일 아이가 먹을 약이 가방 하나에 가득합니다. 가슴에 수술 흉터를 볼 때마다 슬퍼집니다.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고, 제 삶이기에 버겁지만 씩씩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현재 다경이는 많은 분의 염려 덕분에 잘 크고 있습니다. 독한 약을 매일같이 먹어야 해서 가끔 구토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잘 크고 있습니다. 많이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희망을 느끼며 세  식구는 매일 얼굴을 맞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경이는 이제 옹알이도 하고, 가끔 아우~!라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기를 볼 때면 살짝 미소도 날려줍니다. 볼이나 턱을 만지면 방긋 웃습니다. 귀여운 녀석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어떻게 아는지 미소로 밤잠 설치는 부모의 노고를 달래줍니다. 그렇게 아이와 부모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더불어 살아갑니다.

다경이의 출산, 그리고 수술 때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다 한동안 잠수함이 됐습니다. 잠수함이 돼 버린 블로그를 방문하면 온라인상의 인연을 놓치지 않고 격려와 안부를 남겨주시는 이웃 블로거분이 제법 많았습니다. 글을 뒤늦게 읽으면서 참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일면식도 없는 블로거의 삶에 대해 따뜻한 온정에 답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 혹시 주변에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 분이 있다면 따뜻한 격려를 해주세요. 말 한마디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참 큰 힘이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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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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