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아빠야. 너만 혼자 병실에 남겨놓고 돌아선 아빠도 엄마도 마음이 아프단다. 그래도 건강하게 퇴원할 날을 생각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꾹 참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왔어. 그리고 집에 와서 조금 울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올 다경이만 생각했어. 그동안 많이 아팠을 텐데 아빠랑 엄마는 다경이 아픈 줄도 모르고 보챈다고 얄미워했지. 참 바보 같은 부모지. 아픈데 말도 못했던 넌 얼마나 답답했겠니. 네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인제야 철이 든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자면서도 아빠 손을 꽉 잡더라. 아빠도 계속 네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다경이가 아파서 계속 같이 있을 수 없단다. 수술 앞두고 겁이 났는지 어제는 아빠 얼굴만 바라봤지. 네 얼굴 보면서 아빠도 다경이만 계속 봤어. 아빠 걱정할까 봐 살짝 웃어주던 네 모습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어. 엄마 처음 볼 때보다 네가 더 예뻤어.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이제 오늘이구나. 오늘 오전에 네 심장을 의사 선생님들이 치료해줄 거야. 우리 다경이는 병이 여러 개여서 한 번에 치료돼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씩씩하게 버텨줄 거라 믿어. 우리 다경이는 양대혈관우심실기시, 폐동맥협착, 방실중격결손 등 3가지 병이 있어. 쉽지 않은 수술이라고 하더라. 아무리 수술이 잘돼도 네가 버텨주지 못하면 위험하데. 의사 선생님께서 아빠와 엄마에게 잔뜩 겁을 준 이유 알지. 우리 다경이가 의사 선생님 말씀 듣고 더 씩씩하게 버티라고 그런 거니깐 서운해 하지는 말고. 나중에 아빠가 혼내줄게.

그리고 어제 아빠랑 약속한 거 알지. 내일 아파도 꾹 참고, 우리 다경이 건강해지라고 수술하는 거니까 꼭 이겨내야 해. 간호사 선생님들 이야기로는 네가 팔, 다리 힘이 제법 세다고 하더라. 분유도 많이 먹고 씩씩하다고 하던데 내일도 꼭 그런 모습으로 건강하게 버틸 거지.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백만 불짜리 미소 보내줄 거지.

다경이 아프다는 소리에 하나뿐인 이모도 대구에서 올라온단다. 다경이 태어나고 한 번도 이모 얼굴 못 봤잖아. 이번에 이모도 보고,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봐야지. 다경이 보려고 멀리서 올라왔는데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돼 아가야. 수술이 힘들도 아파도 꼭 참아서 이겨내야 해. 네게 너무나 큰 아픔을 줄 수밖에 없는 아빠와 엄마도 가슴이 아파. 아빠와 엄마가 대신해 줄 수만 있다면 백만 번 천만 번이라도 해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해 아가야.

하루에 20분밖에 볼 수 없는 우리 아가. 이제 수술받으면 하루에 10분밖에 볼 수 없어. 아빠랑 엄마를 빨리 보려면 다경이 네가 빨리 나아서 건강해져야 해. 이제 갓 한 달 지난 네가, 이제 갓 4kg에 50cm를 넘은 네게도 큰 시련일 거야. 많이 아프기도 하고, 또 많이 울어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지금의 아픔은 나중에 건강하게 뛰어다닐 널 위해 그런 거니깐 꼭 참아야 해. 그래야 다음 수술도 잘 받아서 하루빨리 건강해질 수 있어. 아가야.

병실 옆에 있는 친구 기억나지. 걔는 너보다 한 달이나 늦게 나왔는데도 잘 울지도 않고 버티잖아. 너보다 한 달 빨리 태어난 다른 친구도 씩씩하게 버티고 있잖아. 우리 다경이는 울보 아니잖아. 울다가도 품에만 안기면 금세 잠들잖아. 다경이 수술 잘 받고, 상처 아물면 아빠가 많이 안아줄게.

제발 아가야 아파도 꼭 참아야 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참으라는 이야기밖에 없구나. 아빠도 널 수술 안 시키고 싶은데, 안 그러면 네가 숨쉬기도 힘들다고 해서 하는 거란다. 아가 네가 건강해지려면 어쩔 수 없어서 그런데. 그러니까 아빠 심정도 이해해줘. 너 때문에 엄마는 오늘도 의사선생님 이야기 듣고 울었잖아. 엄마는 다경이 많이 아플까 봐 그런 거야. 엄마도 우리 다경이 빨리 나아서 엄마 젖도 먹고, 엄마랑 손잡고 놀고 싶지. 아빠도 그래. 아빠는 하루라도 빨리 다경이가 건강해져서 웃는 얼굴 보고싶어.

아가 정말 힘이들땐 아빠랑 엄마랑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꼭 기억해주렴. 그리고 네가 있어서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큰 기쁨 속에서 살았는지 기억해주렴. 아빠는 20% 위험하다는 소리보다 80% 건강해진다는 소리만 기억할 거야. 너도 꼭 그것만 기억하렴. 우리 세 식구 알콩달콩 다시 만나 살아갈 날을 기대해보렴. 꼭 건강하게 다시 보자꾸나. 사랑한다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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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