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진찰 받으러 갈 아내에게도 “다경이 별일 아닐 것”이라고 안심시켰습니다. 점심 무렵 전화가 옵니다. 사무실에서 점심을 건너뛰고 아내가 전해올 속보만 기다렸던 중이었습니다. 아내는 오늘도 웁니다. 애 아프다는데 안 울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횡설수설하는 아내. 말 가운데 한마디만 들어옵니다. “입원하고 수술을 해야한데…”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휴가를 신청하고 곧장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안에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숨을 쉬지 못할 것처럼 목이 막힙니다.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 택시는 한없이 더딥니다. 오후 3시 30분. 서울 신촌의 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처의 숙모님이 와 계십니다. 아내는 이미 많이 울었던 탓인지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애써 담담해지려고 했습니다. 면회시간은 하루에 단 두 번. 12시부터 10분, 오후 6시부터 10분뿐입니다. 보려 해도 볼 수 없습니다. 자식과의 생이별입니다. 입원 첫날이라 뒤늦게 면회를 시켜줍니다.


다경이처럼 심장이 안 좋은 신생아들이 제법 보입니다. 생후 이틀 만에 구급차에 실려온 아이, 돌이 지난 아이. 저마다 사정은 달라도 부모의 마음은 이심전심입니다. 다경이를 보니 반갑습니다. 크게 아파 보이지 않는 아이. 평온하게 잡니다. 부모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것도 모르는 눈치입니다. 자기 손보다 큰 두 대의 주사기를 맞고 있습니다. 더는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때 간호가사 몇 장의 종이를 건넵니다. 유전자검사와 마취관련 동의서입니다. 겁이 납니다. 읽어보고 서명하겠다고 이야기하고 하나씩 읽어봅니다. 하나같이 겁주는 용어들뿐입니다. “마취를 안 하면 안 되느냐”라고 묻지만, 간호사는 “검사 때 아이가 움직이면 안 되기에 마취를 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순간 이런 현실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입원한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너무 경황이 없었습니다. 내일이 되면 병명이 나온다는 소리만 듣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택시 안 아내가 휴대전화로 찍은 다경이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육아 때문에 힘겨워했던 아내. 막상 아이를 병원에 홀로 남겨놓고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습니다. 아내가 또 웁니다. 아내가 “별일 없겠지”라고 묻습니다. “그럴 일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에게 “울지마”라고 하지만, 속으론 저도 수백 번 울었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아이가 아픈 거냐며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은 다 미워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참 쓸쓸합니다. 다리에 힘도 풀렸습니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의 배게, 아이의 옷가지 다 제자리에 있습니다. 아이만 없습니다. 휑합니다. 아이의 옷을 놓지 못하는 아내. 자꾸 아이 생각 뿐입니다. 매번 울던 아이가 없으니 서운합니다. 밤마다 울 때는 얄밉던 녀석인데 오히려 울음소리가 안 들리니 집이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트위터에 몇자 적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위로라도 받으면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 지도 모릅니다.

아내가 인터넷을 찾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심장관련 질환들 정보를 정리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편도가 부었습니다. 코에서는 피가 나옵니다. 몸도 마음도 아프기만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강해져야 하기에 태연한 척합니다. 또다시 병원에 갑니다. 여러 부모가 면회시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마다 안타까운 속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웃음이 없습니다. “자식이 아파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한 부모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순번을 기다렸다가 면회를 시작합니다.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그런지 오늘따라 다경이가 아파 보입니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아이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조용합니다. 간호사에게 “밥은 잘 먹느냐. 울지는 않느냐”등 질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아이의 병명을 물어봅니다. 복합 심기형이랍니다. 폐동맥 혈관이 좁답니다. 이런 이유로 조금만 울어도 얼굴이 금방 빨개졌던 것이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랍니다. 살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병명이 속사포처럼 쏟아집니다.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방실중격결손증, 폐동맥협착...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수술해야 한답니다.


아이가 갑자기 웁니다. 이름을 불러주고 다독거립니다. 말을 잘 듣습니다. 아빠가 걱정하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 같습니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지려고 합니다. 먼저 아이를 본 아내는 많이 울었습니다. 울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저라도 울지 않으려고 꾹 참았습니다. 누구라도 잠깐 손만 대도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꾹 참습니다. 


내일 또 검사를 한답니다. 씨티촬영입니다. 수술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랍니다. 머리 속이 멍합니다. 아빠도 받아보지 못한 검사들. 다경이는 아직 호적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벌써부터 검사가 줄 지어 있습니다.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아프기에는 너무나 어린 핏덩이라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이 포스트를 트위터로, RT도 가능~!
Posted by 미디어C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