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것. 산 넘어 산입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출생신고를 마친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다급한 목소리입니다. 떨립니다. 울먹입니다. 아내는 다경이 예방접종을 갔다가 병원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청진기를 대어봤는데 다경이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면서 종합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 한다”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눈앞이 노래집니다. 전날 아이를 보느라 밤을 꼴딱 지새운 채 출근했습니다. 무거웠던 눈꺼풀이 한순간에 올라갑니다. 울먹이는 아내의 목소리. 대형사건입니다.


태어난 지 채 한 달도 안 됐습니다. 생후 사흘 만에 황달. 이번에는 심장에서 잡음이라니. 참 가지가지 합니다. 하필이면 출생신고를 한 날 이런 사건이 터져 초보부부를 당황하게 합니다. 임신 중 아무런 이상도 없던 녀석입니다. 태어나서 자꾸 안 좋다는 소리만 들으니 참 갑갑합니다. 남들도 겪는 흔한 일이라지만, 제 아이가 그러니 눈알이 뒤집힙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일단 아내부터 안정시켜야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비슷한 사연들을 훑어봅니다. 곧장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울지마. 원래 신생아들은 이런 경우가 많다”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심하지 않은 사례만 찾아 아내를 안심시켰습니다. 아직 상태를 모르니 꼭 거짓말 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심장이고, 초음파 검사까지 해야 할 정도라니 걱정을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검색어로 ‘심장 잡음’만 들어가면 다 읽었습니다. 보고서를 쓸 때도 이렇게 꼼꼼하게 검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가 아프다니 변합니다. 이렇게 보고서를 썼더라면 늘 좋은 업무평가는 따논 당상이었을 것입니다.


20일은 오전근무만 마치면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있는 곳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큰 병원에 갔는데도 종합병원이 아니면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쪽을 알아보고 예약을 해야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 전화로 인터넷으로 알아보지만, 추석 연휴 때문에 좀처럼 검사일정 잡기도 어렵습니다. 힘겹게 29일 날 예약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검사해서 알고 싶지만, 추석연휴가 가로막고, 연휴가 끝나면 주말입니다. 징검다리 연휴가 누군가에는 기쁨을 주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한없이 얄궃습니다.


집 앞에 도착하니 아이는 자신의 상태도 모른 채 잠만 잡니다. 눈이 충혈된 아내의 얼굴은 너무나 어둡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소리에 너무도 놀란 모양입니다. 아직도 울먹이는 목소립니다. 오히려 아이 녀석이 더 배포가 커 보일 정도입니다. 자기 때문에 부모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것도 모릅니다. 아내는 계속 인터넷을 뒤집니다. 초보아빠는 아내를 붙잡고 다독입니다. 크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안심시킵니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도 아내를 안심시킵니다. 아무리 안심을 시키려 해도 아내는 좀처럼 걱정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초보아빠도 사실은 같은 심정입니다. 아내가 더 걱정할까 봐 애써 태연한 척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새벽녘에 아이가 울 때면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습니다.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소리도 쳤습니다. 그랬던 자신이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소리치지 않겠다고 아이와 약속합니다. 아프지 말라고 속삭입니다. 앞으로 잘해주겠다며 공수표를 남발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또 투정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세상 모르고 자는 아이. 오늘따라 숨소리가 거칠게 들립니다. 남들도 겪는 흔한 일이라는데 제 자식이 그러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 작은 아이. 새곤 새곤 자는 녀석의 심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대회에 나가면 으뜸일 녀석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발길질에 힘이 붙었습니다. 건강하게만 보이는 녀석. 말도 못하는 녀석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런 것도 모르고 초보부부는 보챈다고 원망만 했습니다. 내 새끼만 아니면 갖다 버린다는 푸념을 늘어놨습니다.


녀석의 복수극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여튼 녀석의 심장에 잡음이 들린다는 소리 한 방에 초보부모는 한없이 다정한 부모로 바뀌었습니다. 울 징조만 보여도 녀석을 안고 달랩니다. 맘고생 몸고생 실컷 한 아내가 뒤늦게 잠듭니다. 겨우 안심을 시켜놨지만, 일어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를 일입니다. 큰놈, 작은놈 나란히 잠들었습니다. 애써 태연한 척했던 초보아빠는 다시 인터넷을 뒤집니다. 흑시나 못 본 다른 사연이 있을까 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아직 녀석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입니다.


육아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에도 가입했습니다. 한 병원 홈페이지에 나온 상담 글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같은 경험을 했던 선배들의 경험담으로 보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될법합니다. 물론 상태가 나빠져 판막수술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최악의 상황은 지워버렸습니다.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가뜩이나 겁먹은 아내에게 괜히 불안감을 심어줄 필요도 없습니다.



원인을 모르는데도 최선만 찾게 됩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도 똑같을 것으로 믿습니다. 전문가의 글을 읽으면서도 최선만 생각했습니다. “신생아들은 심장병 없이도 심장에 잡음이 들리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심장병이 있어도 심장잡음이 잘 안 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잡음의 크기, 위치, 잡음의 성향, 다른 진찰 소견 등을 고려하여 검사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심장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진찰만으로 완벽하게 정상 심장잡음과 비정상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생후 1주일 이내의 아기가 2도의 심장잡음이 들린다면 정상일 수도 비정상일 수도 있어서 소아심장 전문의 선생님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 같은 경험을 한 선배들의 경험담과 지식인의 답변도 한시름 놓게 만듭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도 아이가 울면 재빨리 안아줍니다. 달래줍니다. 녀석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초보아빠도 전날 아이가 많이 보채 얄미웠었는데, 아프다는 이야기에 아이 얼굴만 봐도 짠합니다.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랐는데, 아직은 더 애를 먹일 모양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 대학병원에서 검사 및 결과만 궁금합니다. 올 추석은 저희 세 식구에게는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부디 다경이가 크게 아프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아이를 낳기 전 일과의 일 순위는 블로그였는데, 이제 아이에게 일 순위를 내줬습니다. 블로그도 뒷전이 됐습니다. 매번 소통이 중요하다고 글을 써놓고 정작 저 자신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정성스레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이 포스트를 트위터로, RT도 가능~!
Posted by 미디어CSI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