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과 관련 서류를 뗄 때마다 혼자였습니다. 2002년 서울로 상경해 직장을 잡았습니다. 서류에 늘 혼자있는 것이 왠지모르게 허전했습니다. 8년 동안 서류상 전 혼자였습니다. 실제 아내와 같이 살게된 것은 2년 전입니다. 혼인신고도 지난 6월 9일에서야 했습니다. 2년이나 늦게한 셈입니다. 말하자면 긴 사연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때부터 주민등록 등본을 뗄 때마다 제 이름 밑에 ‘처’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한 줄이 늘게 생겼습니다. 생후 스물 하루째인 콩알이가 드디어 공식서류에 첫 등장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한나’라고 지었습니다. 나름 만족하며 지내왔는데, 주변 분들의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하는 수없이 이름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민끝에 장인어른께 부탁했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께 상의를 했는데 “너희들이 지어라”는 허락을 받은 후였습니다.


장인어른께 부탁한 이유는 첫 손주였기 때문입니다. 막내 아들이 저희 집에서 콩알이는 서열상 ‘넘버 쓰리’이지만, 처가에서 콩알이는 ‘넘버 원’이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장인어른께서 아시는 분을 통해 다경(茶京)과 세은(世銀) 두 개의 이름을 주셨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테러를 통해 얻은 설문결과로는 세은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초보부부도 ‘세은’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습니다. 토요일밤 장인어른께서 이름 정했느냐며 전화로 물어봅니다.



혹여 놓쳐서는 안될 이름의 뜻을 여쭤봤습니다. 세은이는 큰 탈없이 소소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고, 다경이는 말그대로 발전적인 뜻을 담고 있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앞으로 아이가 컸을 시기에 남자, 여자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라면서 다경이에 한표를 던지셨습니다. 아내도 다경이에 한표. 다수결의 논리는 무섭습니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세은이로 기울었던 콩알이의 이름이 순식간에 다경이로 변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첫 아이의 이름이라 더 신중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아이의 이름은 한나도, 세은이도 아닌 다경이로 결정지었습니다. 그리고 출생신고서를 내려받아 작성했습니다. 2010년 8월의 마지막날 태어난 콩알이. 이제 너를 다경이로 불러주마. 주민등록등본에 한 줄이 늘어나는 기쁨은 잠시 이제 먹여살릴 부양가족이 하나 더 늘은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 요즘 콩알이는?**] 콩알이의 소식을 궁금해 하시는 몇몇 이웃분들이 계셨는데, 요 녀석이 요즘 밤마다 초보부모 길들이기를 심하게 한 탓에 근 일주일 가까이 블로그도 방치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컴퓨터에 앉으면 에∼엥. 이제 좀 숨좀 돌렸다 싶으면 에∼엥. 고장난 자명종 마냥 단잠을 깨우는 우리집 자명종으로 떠올랐습니다.

다크써클이 짙어진 아내. 빨간 토끼눈이 된 신랑. 그렇게 하루하루 콩알이와의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늘 승자는 콩알이입니다. 자식이 울면, 같이 울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봅니다. 아이가 울 때마다 잔뜩 긴장합니다. 어쩌다가 재채기라도 하면 놀람의 연속입니다. 요즘 옹알이를 시작해 재채기 뒤, “에휴”라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합니다. 볼도 제법 통통해졌습니다. 만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마냥 볼이 탱글탱글 합니다. 봉숭아처럼 건드리면 툭 터질듯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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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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